2024-03-28 17:50 (목)
뉴스콘텐츠 전송 채널
인플레이션 논쟁, 본질은 무엇인가 ②
상태바
인플레이션 논쟁, 본질은 무엇인가 ②
  • 최서영 애널리스트 / 삼성선물
  • 승인 2021.03.03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준의 기대물가 관리 능력, 시험대에 오른다면

# 기대물가란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기대물가는 중앙은행이 현실 물가를 관리하는 중간 수단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물가는 여러 마찰적 요인들로 크고 작은 굴곡이 항상 존재한다. 만약 현실 물가가 변동할 때마다 사람들의 장기 물가 전망도 함께 변한다면, 사람들은 장기 경제 계획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현재 물가보다 향후 물가 전망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높다. 현재 물가 변동이 물가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면, 물가 상승은 상승 전망을 불러오고, 이는 실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물가 불안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반대로, 장기 물가 전망이 현실 물가 변동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즉 당장 마찰적 요인들로 인해 물가가 크게 변동해도 기대물가가 변하지 않으면 실제 물가는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기대물가 추세선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미국 연준(Fed)은 정책 성명문에서 ‘well-anchored inflation expectation(잘 고정된 기대물가)’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기대물가가 현실 물가 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을 ‘poorly-anchored(잘 고정되지 않은)’, 기대물가가 현실 물가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적정 수준에 잘 고정돼 있는 것을 ‘well-anchored(잘 고정된)’라 표현한다. 

연준의 궁극적 목표는 ‘원하는 수준’에 ‘잘 고정돼 있어주는’ 기대물가다. 연준은 지난해 8월 정책 목표 변경 과정에서 과거 10년 간 ‘잘 고정돼 있었음’에는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적정 수준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로 평가했다. 

이번 연준이 채택한 물가 오버슈팅 용인 정책은 기대물가를 상승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정책은 아니다. 다만 기대물가가 지난 10년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잘 고정돼 있어주기를’ 바라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성장기대와 함께 높아지고 있는 기대물가 및 장기금리 추이는 ‘물가 오버슈팅을 용인하고 고압경제를 현실화시키겠다’는 연준과 정부의 정책 조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다. 연준은 현재 물가에 반영될 수 있는 상승압력 중 일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보지만, 기본적으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일시적인 현상으로는 공급차질, 기저효과 등 마찰적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분이다. 연준이 환영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수요측 전망 개선으로부터 비롯된 상승분이다. 즉 수요 전망 개선이 기대물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마찰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물가 상승 압력은 좋지 않다. 이는 ‘well-anchored’에 대한 의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시장이 정말 얼만큼을 ‘일시적’이라고 여길 것인가이다. 여러 요인들이 혼재돼 물가에 영향을 동시에 미치는 시기엔 일시적 요인과 추세적 요인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사실상 ‘재정의 화폐화’와 유사한 자금 정책 환경에 대한 시장 고민이 얹어지면, 기대물가는 추가 상승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 연준, 물가에 대한 의심이 강해지기 전에 선을 한번씩 그어갈 것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와 기대물가간 차이로 계산된다. 코로나19 국면 이전, 세 변수들 중 변동폭이 가장 적었던 요인은 기대물가였다. 해당 기간의 연준은 명목금리를 정책적으로 관리하면서 실질금리가 경제에 정적한 수준으로 형성되도록 효과적으로 유도했다. 이와 같이 기대물가가 적정 범위에 잘 머무르는 시기는 명목금리를 주관하는 통화정책이 실질금리를 관리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기대물가가 크게 움직이는 구간으로 진입했다. 코로나19 직후 지난해 8월까지 제한된 범위에 고정돼 있던 변수는 명목금리였다. 따라서 연준은 실질금리가 충분히 완화적인 레벨로 낮아질 때까지 기대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명목금리를 낮은 레벨로 사실상 고정시켜왔다. 

지난해 8월경, 실질금리가 -1% 부근에 다가선 이후부터 가장 적게 움직이도록 관리된 변수는 실질금리다. 이때부터 명목금리를 사실상 결정지어온 주요 변수는 연준의 정책 스탠스 변화보다는 기대물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기대물가가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명목금리 상승 기울기 또한 예상보다 더 가팔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기대물가나 명목금리 상승세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는 이유는 기대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가 ‘정책 및 성장에 대한 기대’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여러 크레딧 스프레드들에도 리스크 조짐은 아직 없지만, 금리 상승 속도는 분명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당사는 성장 기대가 금리 상승을 큰 문제없이 흡수할 수 있을 때, 연준이 실질금리를 완만히 올리면서 기대물가 기울기를 한 번씩 제어해 물가 급등 가능성에 대한 시장 의구심을 거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연준이 기대 물가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대물가 상승폭보다 명목금리를 더 많이 올려 실질금리 상승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명목금리를 높이는 요인이 기대물가라면, 연준은 명목금리를 아래로 잡아 놓기 어렵다. 명목금리를 아래로 제어하는 정책은 실질금리를 더 완화적으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텐데, 실질금리 추가 하락은 기대물가를 위로 더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 환경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감안하면,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은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이다. 그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완만한 실질금리 상승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때 실질금리를 조금씩 긴축적으로 유도해 기대물가 기울기를 한번씩 관리하는 것이 향후 금리의 급격한 상승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올해 미국 성장률은 고무적으로 상향되고 있으나, 미국 고용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연준이 간헐적으로 기대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다소 긴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연준 정책 대응이 나와도 고용이 충분히 회복되기 이전까지는 기대물가가 불안해지면서 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용인해야 하는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최대 고용 목표 달성이 위협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세조정하는 차원으로 평가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