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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휴먼 시리즈①] 20세기 아날로그 시대 '가상인간' ... 팬덤에 명품 모델, TV라이브 쇼까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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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휴먼 시리즈①] 20세기 아날로그 시대 '가상인간' ... 팬덤에 명품 모델, TV라이브 쇼까지 진행
  • 고명식 기자
  • 승인 2022.08.0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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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유행과 메타버스 관련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버추얼 휴먼 개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산업혁명을 거쳐, TV와 컴퓨터 시대 그리고 디지털 혁명이 일어난 오늘까지 가상 인간의 역사에 영감을 준 주요 사례를 점검해 본다.
쌍용차 토레스 신차 발표 동영상 캡쳐.
쌍용차 토레스 신차 발표 동영상 캡쳐.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가 출시한 패밀리 전기 SUV 신차 출시 홍보영상에 버추얼 휴먼 이솔(SORI)이 모델로 출연했다. 지난 달 출시한 쌍용차 토레스 신차 발표회에는 가상인간 루시가 쇼케이스 발표자로 나섰다. 올해 2월 볼보의 C40 신차 홍보에는 버추얼 쌍둥이 형제 '호'와 '곤' 그리고 누나인 '해일'이 함께하는 3인조 가상휴먼이 등장했다.

디지털 시대에 버추얼 휴먼은 인간을 모사한 일종의 가상 인간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대표적인 가상 인간이라면 19세기부터 패션 모델로 활동한 마네킹(manikin)을 꼽을 수 있다. 마네킹의 어원은 '작은 사람'을 뜻하는 이태리어 마니키노(manichino)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진출처: Alfred Eisenstaedt/LIFE
인간에게 메이크업 받는 신시아.
사진출처: Alfred Eisenstaedt/LIFE

# 가상인간 최초의 인플루언서 신시아(Cynthia) = 1930년대 유명인으로서의 명성과 영향력을 발휘한 가상인간이 있었다. 미국의 조각가이자 소비재 디스플레이 디자이너인 레스터 가바(Lester Gaba)는 1932년 100파운드의 무게에 실물 같은 석고 마네킹을 만들고 신시아(Cynthia)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신시아의 외모는 매우 사실적이어서 주근깨와 비둘기 발가락 같은 인간의 불완전한 요소까지 가지고 있었다. 가바는 신시아를 자주 데리고 다니면서 외부에 노출했는데, 라이프 매거진(Life)은 이를 주목하고 다양한 사진을 연출해 촬영했다. 

이후 신시아는 셀럽으로 떠올랐다. 라이프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했고 티파니와 카르띠 등 명품 브랜드들이 신시아를 위한 보석과 가방 등을 제공하면서 브랜드 홍보대사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신시아는 디올과 릴리 다셰가 디자인한 맞춤 제작 모자를 썼고, 1937년 윌리스 심슨과 윈저 공작 결혼식에도 초대 받았다. 신시아는 각종 행사는 물론 모임과 결혼식, 갈라 등에도 초대 받으며 실제 유명인사로 취급 받았다.

게다가 팬덤까지 생겨 팬레터까지 받았으며 신시아에게 실제 신용카드를 제공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신시아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신문 칼럼란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박스좌석도 가질 수 있었으며, 라디오쇼와 헐리우드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니는 인플루언서였다. 신시아를 만든 가바는 "신시아가 후두염 때문에 말을 못한다"면서 의인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시아는 불행하게도 미용실 의자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당시 언론은 그녀의 죽음을 한 유명인의 죽음처럼 보도했다.

가바는 이후 '가바 걸스'라는 라인업을 통해 사람에 가깝게 모사된 마네킹 산업의 유행을 선도하는데 기여했다. 1907년 미국 미주리 상점 주인의 아들로 태어난 가바는 비누 조각가로 명성을 얻었다. 1932년 뉴욕으로 이주해 패션과 소매업에 뛰어들어 사실주의에 입각한 마네킹 디자인을 시작했고 피노키오의 아빠처럼 마네킹 가상인간 신시아(Cynthia)를 만들어 냈다. 가바는 비누조각과 윈도 디스플레이 아트 그리고 신데렐라 조각 등의 저서를 남기고 1987년 사망했다. 

초상화에 팬레터, 오페라 하우스 지정석 등 신시아는 실제하는 유명 인사처럼 대접받았다. 사진 :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LIFE
초상화에 팬레터, 오페라 하우스 지정석 등 신시아는 실제하는 유명 인사처럼 대접받았다. 사진 :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LIFE

# TV 유명인 맥스 헤드룸 = 패션 마네킹 산업의 성장 속에서 신시아가 탄생했다면, TV 대중화와 컴퓨터 산업의 태동기에 나타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도 있다. 맥스 헤드룸(Max Headroom)은  컴퓨터가 만든 TV속 최초의 가상 인간으로 뉴스앵커와 토크쇼 진행을 맡았다. 

맥스 헤드룸은 미국 배우 맷 플루어(Matt Frewer)의 연기에 컴퓨터 그래픽 등의 특수효과가 결합돼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당시 컴퓨터 기술은 풀 모션과 완벽한 음성 동기화 등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맷 플루어는 유리섬유 슈트에 콘텍트 렌즈를 착용하고 조명과 편집, 녹음 효과, 컴퓨터 그래픽 등이 적용된 캐릭터로 제작되었다.

사진: 아마존컴퍼니 imdb.com
맷 플루어의 특수분장. 사진: 아마존컴퍼니 imdb.com

맥스는 1985년 영국의 채널4 사이버펑크 TV영화 'Max Headroom: 20 minutes into the future)를 통해 첫 데뷰를 했다. 방송 이틀 후 맥스는 채널4의 '맥스 헤드룸 쇼' 진행자로 출연해 뮤직 비디오 소개와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평을 하는 라이브 쇼를 진행하게 된다. 맥스에 대한 인기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한달만에 채널4의 시청율이 2배가량 늘었다.

사진: imdb.com
맥스 헤드룸 쇼는 DVD로도 출시됐다. 사진: imdb.com

미국에 소개된 맥스는 코카콜라 광고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광고에도 출연하게 됐다. 다양한 주제에 날카로운 논평과 오만한 재치, 특유의 말더듬과 기이한 목소리 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맥스는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뉴스 앵커로도 활동했다. 2007년과 2008년 채널4 관련 광고와 홍보에 등장했고 2015년 영화 픽셀스(Pixels)에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맥스 헤드룸은 조지스톤과 애나벨 얀켈, 록키 모튼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다. 얀켈과 모튼은 라이브 액션과 애니메이션 등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뮤직비디오, TV광고 등을 전문적으로 제작했고 영국에 영화제작사(Cucumber Studios)를 공동 설립했다. 1985년 두 사람은 NBC쇼 'Friday Night Videos'의 타이틀 시퀀스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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