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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의 입도선매(立稻先賣) ... 기업 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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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의 입도선매(立稻先賣) ... 기업 인수합병
  • 최종신 IT기고가
  • 승인 2020.12.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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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진흥전략추진단, 문화융성위원.

기업 인수 후 운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매도에 의한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일컫는 바이아웃(Buy&Out). 최근 페이스북이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인수 결과에 대해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美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8개 주 법무장관들이 모인 협의체에서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매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페이스북이 2개의 경쟁 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공정 경쟁을 저해했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골자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이 출렁거렸습니다.

미국 정부측은 페이스북이 진행했던 잇단 기업 인수를 경쟁상대가 될 만한 스타트업을 인수해 잘라 버리는(Buy&Bury)로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이앤베어리(Buy&Bury)는 강력한 경쟁기업을 인수해 독자적인 서비스로 육성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경쟁우위 요소를 흡수시켜 버린다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입니다. 얼마 전 구글도 스마트폰에 자사의 검색 애플리케이션을 사전 탑재토록 한 행위 등과 관련해 美 법무부로부터 반독점 제소를 당한 바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는 자본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후매각(Buy Out)은 고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쟁자를 수면 아래로 잠재운다(Bury)는 목적이었다면 정부에서 요구하는 것 처럼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을 매각하거나 독자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투자육성하는 것은 페이스북이 이들 기업을 인수했을 당시의 의도와는 완벽하게 배치되는 것입니다. 

구글에 이어 페이스북까지 반독점 소송에 휘말리며, 근본적으로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목적 설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연방정부 측에서는 해당 사업 분야에서 이미 독점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이후에도 천만 불 이상의 인수를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해집니다. 결국,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거대 자본이 활발하게 주도해 오던 미국의 기업인수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물론 이미 독점적인 지위로 시장을 장악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정도의 사례는 그리 많지는 않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배달의 민족 매각 사례 정도가 그런 경우에 해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인수는 '시간을 돈 주고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외연 확대를 기대하는 기업으로서는 위험성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사업 전개에 필요한 시간을 대가를 지불하면서 획득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또, 기업 인수는 창업자들과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성공의 보람을 찾게 해주는 출구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과유불급이 우려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 간의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기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선순환의 자양분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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