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1 11:39 (화)
예견된 물가 급등은 위협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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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물가 급등은 위협적이지 않다
  • 권희진 애널리스트 / 한국투자증권
  • 승인 2021.04.12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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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기저효과로 가파른 상승 국면에 진입하겠지만…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면서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유가가 폭락한 기저효과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제 물가는 가파른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된 미국의 3월 생산자 물가상승률은 전월비 1.0%로 당사 예상치(0.7%)와 시장 예상치(0.5%)를 모두 상회했다. 전년동월비로는 4.2%를 기록해 약 9년 반만의 가장 빠른 상승 속도를 보였다.

다가오는 13일에는 3월 소비자 물가 통계가 발표되는데, 우리는 소비자 물가가 전월보다 0.4% 상승하면서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2.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낮은 기저의 영향이 극대화되는 4~6월에는 상승률이 4%까지 솟아오를 전망이다.

# 미국의 골디락스 경제환경을 해치지는 않을 듯
하지만 이와 같은 물가 상승세가 미국의 골디락스 경제환경을 해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골디락스는 경기가 침체될만큼 너무 차갑지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만큼 너무 뜨겁지도 않은 경제 상황을 의미하는데, 고용 상황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경기는 침체를 거의 극복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고 ‘인플레이션’을 논할 만큼 기저에 깔린, 즉 근원적인 물가 압력은 높지 않다.

앞으로 마주할 높은 물가상승률은 상당부분 기저효과에 기인한다. 커머더티 가격의 등락분을 걷어낸 근원 물가상승률은 4~6월에도 여전히 전년동월비 2%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

유동성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뜨겁지 않은’ 경제 환경의 핵심은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것을 고민할 만큼’ 뜨겁지는 않은 데에 있다.

기저효과로 인한 2분기 물가상승률의 급등은 이미 예상된바, 연준이 이에 반응할 가능성은 없다. 실제로 연준 위원들은 최근까지도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 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게다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커머더티 가격 역시 3월부터 상승세가 멈췄다. 3월 초 대비 현재 에너지 가격은 2% 하락했고 산업용 금속 가격은 거의 비슷하며 농축산물 가격은 2% 상승한 수준에 불과하다. 산유국들이 원유 수요 회복에 따라 공급을 완만하게 조정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날씨 영향이 소멸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안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큰 외부충격이 없다면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시종일관 ‘완화정책 유지’ 입장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 2월에는 커머더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함께 상승하고, 결국 연준이 조기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의심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는 커머더티 가격이 안정을 찾고 있는 만큼, 연준의 커뮤니케이션도 다시 유효해지는 분위기다. 또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갖는 주거(shelter) 항목은 연말까지 눌려 있을 전망이다. 소비자 물가지수 내에는 세입자들이 내는 임대료(primary rent) 뿐 아니라 owners’ equivalent rent(이하 OER)라는 항목으로 주택 소유자의 기회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집을 가진 사람도 모기지 원리금을 내야하고, 모기지를 끼지 않은 주택 소유자라 하더라도 직접 그 집에 살지 않으면 임대를 통해 받을 수 있었을 임대료를 스스로에게 지급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primary rent와 OER은 ‘주거’라는 카테고리로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되는데, 그 비중이 전체에서 30%를 상회하고 특히 근원지수에서는 42%를 차지해 가장 크다.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 주거 물가는 주택가격에 2년 가량 후행해 움직여왔다. 주택 가격이 올라도 계약 기간 등이 있기 때문에 곧장 임대료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20개 도시 주택가격이 2019년 3분기까지 계속해서 상승세가 둔화되어 왔음을 고려할 때 주거 물가 역시 올해 3분기 무렵까지는 전체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주거 물가는 연말 무렵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나, 전체 물가에 대한 기여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소비자 물가는 지금까지의 커머더티 가격 상승과 기저효과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그 지속기간이 길지 않을 듯해 이를 두고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환경에 처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높아지는 물가상승률 숫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으며 미국의 골디락스 환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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