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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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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션 트렌드
  • 안기태 애널리스트 / NH투자증권
  • 승인 2021.06.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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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요 확대와 중국의 공급 축소가 리플레이션 주도

# 길게 보면,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해 가는 리플레이션 국면
물가 상승률의 수준과 방향에 따라 금융시장 환경을 네 국면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 기준을 연간 단위로 적용하면, 올해와 내년은 CPI 상승률이 2%를 넘기는 리플레이션 양상을 띨 것이다. 

월간 단위로 나누면 기저효과가 약화되는 여름에는 CPI 상승률이 높은 수준에서 하락하는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우려되는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은 진정될 것이다. 병목 현상을 보여주는 공급자운송지수가 60P를 넘긴 시점의 전후 가격지수를 참고해 과거 패턴을 대입하면 6월 이후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 병목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스태그가 아니라 리플레이션
1980년대 이후 병목 현상은 주로 수요 측면 요인에서 발생했고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미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운송시간 지수는 2004년과 2010년에도 급등했다. 

2004년에는 중국의 對美수출이 급증하는 와중에 미국 항구들이 미처 이를 수용하지 못해 병목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롱비치 항구에 입항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4년에 급증했다. 

2018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기업들이 관세가 더 오르기 전에 먼저 물건을 수입하면서 병목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짧은 기간에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수 있다. 최근의 병목 현상은 관세율 인상처럼 수요를 약화시키는 공급 차질 때문이 아니라, 수요 증가에 기반한 현상이므로 2004년이나 2010년에 가까운 유형으로 판단된다. 한편, 2020년 하반기 이후 미국 수출금액이 늘어남에도 컨테이너 출항이 정체된 것은 컨테이너선을 이용하지 않는 원자재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 소비자와 직접 맞닿은 소매업체가 재고를 더 쌓을 전망
수요 개선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재고율(매출금액 대비 재고금액 비율) 하락이다. 공급측 요인(무역전쟁, 오일쇼크) 때문에 병목 현상이 나타날 때는 지금과 달리 재고율이 하락하지 않았다.

의심할 점은 유통혁신으로 소매업체들이 재고를 구조적으로 낮게 유지할 가능성이다. 그런데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하는 재고 통계에는 온라인 업체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아마존 효과는 반영되지 않는다. 또한 아마존 효과가 확대된 지난 10년 동안 재고율은 약간 높아졌다. 따라서 산업의 구조적인 재고율 하락보다는 재고와 생산이 소비를 못 따라잡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

미국 제조업체 재고율은 소매업체와 달리 급격한 하락이 나타나지 않는데 이는 2018~2019년 무역분쟁 여파가 남았기 때문이다. 당시 공장들이 관세율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원자재와 부품을 미리 사들이면서 매출(출하)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재고가 늘었다.

# 10년 전에는 추세선 하향 이동, 지금은 상향 이동
대폭 하락한 소매업 재고율에서 보듯이 코로나위기 이후 경기회복이 금융위기 이후와 다른 점은 수요 개선 추세가 상방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18개월 가량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소순환 사이클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사이클의 진폭이 커지면서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소매판매는 추세선이 하향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상향 이동했다. 정부 현금보조 영향으로 미국 노동자의 임금이 올랐는데 한번 인상된 임금을 다시 내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 높아진 임금에서 취업자가 늘어나면 소매판매 추세선도 상방 이동한 상황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GDP 궤적에도 나타난다. 1980년대 이후에는 경기침체를 겪고 난 미국 GDP의 회복 속도가 이전에 비해 느려졌다. 그것이 절정에 달한 것이 지난 10년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현재까지 미국 GDP 회복 속도는 1950~1970년대보다 빠르다. 

1980년 이전은 큰 정부의 시대였고 이후는 작은 정부 시대였다. 지금이 시대의 변곡점이라면 성장의 추세선도 바뀔 수 있다.

# 10년 전에는 추세선 하향 이동, 지금은 상향 이동
대폭 하락한 소매업 재고율에서 보듯이 코로나위기 이후 경기복이 금융위기 이후와 다른 점은 수요 개선 추세가 상방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18개월 가량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소순환 사이클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사이클의 진폭이 커지면서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소매판매는 추세선이 하향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상향 이동했다. 정부 현금보조 영향으로 미국 노동자의 임금이 올랐는데 한번 인상된 임금을 다시 내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 높아진 임금에서 취업자가 늘어나면 소매판매 추세선도 상방 이동한 상황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GDP 궤적에도 나타난다. 1980년대 이후에는 경기침체를 겪고 난 미국 GDP의 회복 속도가 이전에 비해 느려졌다. 그것이 절정에 달한 것이 지난 10년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현재까지 미국 GDP 회복 속도는 1950~1970년대보다 빠르다. 1980년 이전은 큰 정부의 시대였고 이후는 작은 정부 시대였다. 지금이 시대의 변곡점이라면 성장의 추세선도 바뀔 수 있다.

# 높아진 설비투자 가능성
경기침체 이후 회복되는 글로벌 투자의 경로 역시 10년 전과 다르다. 미국 소매판매와 주택시장, 글로벌 실질투자 모두 이번 회복의 추세선이 높아졌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경기회복의 전개 과정은 지난 10년과 다를 것이다. 예전에는 18개월 가량의 재고 재축적(Re-Stocking)과 재고소진(De-Stocking)이 반복되었는데 추세선이 높아지면 재고 재축적이 확대되는 진폭이 커지거나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금융시장에도 그 결과가 나타난다. 경기침체가 끝난 후에 장단기 금리차는 1~2년가량 확대되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그런데 과거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단기물 금리 하락에 기인했는데 이번에는 장기 GDP를 반영하는 장기물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작년 여름 이후에는 매크로 서프라이즈 지수(경제지표 전망 대비 실제 값의 차이) 하락과 무관하게 경기 민감주 주가가 상승했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특징들이다.

# 예전보다 영향력이 다소 약해지는 통화정책
Re-Stocking Cycle의 특징은 경제지표의 통화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데 있다. 반면, 지금은 건설과 제조업 등 후방 효과가 큰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제조업 PMI의 통화정책 민감도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지금도 통화정책이 중요하지만, 2013년처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문제되는 환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멀리 있는 이슈로 판단하는 배경에는 임금보다노동비용에 주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노동자 한 사람의 임금 상승률은 빠르게 상승했지만 여기에 취업자 수를 곱한 개념인 전체 노동비용 상승률은 부진하다. 모든 미국인들이 경기회복을 느끼지는 못 하는 셈이다. 이를 감안 하면 올해 8~9월에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의 구체적인 기간을 제시하면서 경기부양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부분을 앞으로 5년간 메운다면 향후 5년간 물가상승률 목표는 3%를 넘는다.

# 미국의 아마존 효과는 약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가 현실화되면 미국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서 점차 3%를 향해 움직이는 리플레이션 트렌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물가 하락을 만들어낸 아마존 효과는 약화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온라인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물가지수가 하락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직후 급등했던 온라인 침투율은 현재 정체된 상태이며 2008년 금융위기 전에 온라인 물가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는 아마존의 성장이 반드시 향후 물가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음을 뜻한다. 유통 혁신을 일으킨 기업들도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올릴 수 있다. 경쟁자들을 어느 정도 밀어낸 상황에서 아마존이 가격을 더 내리기 보다는 꾸준한 매출 확보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인당 소득이 5만 달러 이하인 한국과 중국은 아마존 효과(유통혁신에 따른 물가하락)가 남아 있지만, 미국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 소득은 높아졌고, 생산성 개선을 기대
아마존보다 CPI와 비슷하게 움직인 것은 미국인의 자동차 주행거리다. 추세적으로 늘었던 자동차 주행거리는 2008년 이후 정체된 상태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재화 CPI가 정체되었다. 10년 동안 늘지 않은 미국인의 자동차 주행거리를 디플레이션과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다.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첫째, 소득이 정체되면서 미국인들이 여행을 다니지 못하거나 외곽지역에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것이다. 특히 30세 전후 세대가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코로나19 경기침체 이후에는 가처분소득이 급증했고,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근로소득 회복 속도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보다 빠르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이동이 제한적이지만, 늘어난 소득을 바탕으로 자동차 주행 거리와 재화 부문 CPI가 함께 올라갈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예전에 비해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느려지면서 좋은 연비와 출력을 지닌 자동차를 적당한 가격에 사기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자동차가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지만 경제 전체의 생산성 문제와 맞닿아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의 생산성 둔화를 중요한 문제로 자주 언급하곤 했는데,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 노동자의 생산성 증가율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생산성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물가 상승률이 완만하게 오른 리플레이션 국면이었다. 그런데 특정 산업에서 발생한 혁신이 시간을 두고 나중에야 경제 전체에 걸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 사례를 보면 2020년대에는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인터넷은 1990년대 초부터 대중화가 시작되었고 관련 기업의 주가가 1990년대 중반에 급등했는데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시간을 지나 1997년~2003년에 걸쳐 빠르게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저성장 국면에서 생겨난 5G, 전기차, 제약 부문의 혁신이 이제부터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 중국의 생산자물가, 2003년처럼 바닥에 근접
한편, 글로벌 제조업 부문의 디플레이션 충격을 만들었던 중국 경제에 변화가 포착된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20년 전과 유사한 점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제조업 공급과잉 문제가 외환위기로 불거진 이후,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생산자물가도 하락했다. 이 상황에 주룽지 총리(1998~2003년)는 국영기업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거친 후에 인프라투자가 증가하면서 생산자물가는 2004년 이후 상승했다. 

현재 중국은 2015년부터 시작된 공급측 개혁과 환경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신재생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본격화된 시점은 아니다. 가계잉여저축과 늘어난 기업이익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을 더 진행할 여유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올해 산업용 원자재 가격 상승은 중국이 아니라 선진국이 이끌고 있다. 

중국의 현재 상황은 구조조정을 좀더 이어가는 가운데 1~2년 뒤의 친환경 인프라가 대기 중인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 비교하면, 현재 중국 생산자물가는 2003년처럼 하락이 마무리된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

# 미국 수요확대+중국 구조조정
이런 전망이 맞다면,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하반기에 기저효과로 내려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최근 10년간 주요 경제지표에 선행해서 움직인 지표로 Credit Impulse가 있다. 이는 GDP 증가분 대비 신용 증감(은행대출/정부채권 발행) 비율의 변화인데, 중국 정부의 신용 조절이 9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중국 PPI와 유럽 PMI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는 Re-Stocking에 기반한 소순환 사이클이 반복될 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경기 진폭이 커지고 Capex 사이클이 나타나면 이런 지표의 유용성도 떨어진다. 예를 들어 2005~2007년에 Credit Impulse는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선행 관계가 낮았다. 2003년과 다른 점은 당시 확장은 중국이 이끈 반면 지금은 미국이 끌고 있다. 설비투자에 선행하는 글로벌 자본재주문은 미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대신, 중국은 공급을 줄이면서 리플레이션 국면의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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