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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이중 책무의 곤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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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이중 책무의 곤란함
  • 권희진 애널리스트 / 한국투자증권
  • 승인 2021.07.20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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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미팅 모습. (출처 = Federal Reserve Board 홈페이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미팅 모습. (출처 = Federal Reserve Board 홈페이지)

#연준의 딜레마: 물가 안정 vs. 고용 극대화의 이중책무가 충돌할 때
잘 알려져 있듯 미 연준에게 법적으로 부여된 두 가지 목표, 즉 이중책무(dual mandate)는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다. 연준은 지난해 잭슨홀 미팅 이후 두가지 목표 중 후자에 더 강조점을 두겠다고 밝혀왔다. 노동시장이 강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물가 상승률이 좀 높아지더라도 섣부르게 긴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두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준이 아주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팬데믹 이후 망가진 노동시장은 아직 회복세가 더딘데, 물가는 예상보다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일견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완화정책을 바탕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구인 수요를 늘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추가 실업수당이 풍족하게 지급되면서 사람들이 구직을 미루는 데에는 연준도 도리가 없다. 게다가 물가는 공급 부족으로 인해 과도하게 튀어오른 면이 있다. 

이 상황에서 연준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재빠르게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조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물가를 잡을 수 있겠지만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부어 노동시장이 영영 회복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완화정책을 너무 천천히 회수할 것이라는 신호를 줄 경우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이 딜레마 속에서 연준 내 상반된 두 주장이 모두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충돌하는 두 목표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연준 정책기조 유지 전망: 조기 긴축 리스크 > 늦은 유동성 회수 리스크
정책 실수 가능성이 양방향으로 열려 있는 상황에서 경제 환경이 조기에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은 낮아 이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까지 연준 내 주류 의견인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서서히 거둬들인다’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9월 6일에는 추가 실업수당이 종료될 예정이라 노동인구가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또 미국 경제 기저의 물가 압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금 상승세가 저조해 물가-임금 spiral(물가가 상승하면서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투입 비용이 올라 물가가 더욱 오르는 상승작용)이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두를 명분도 적다.

물가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상반기를 정점으로 일단 소강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2년 가량의 시차를 두고 임대료와 OER(Owners’ Equivalent Rent: 자가 소유에 대한 기회비용)도 상승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 급등은 최근 물가 우려를 크게 높이고 있다. 주거 물가는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이제 막 상승 초입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물가 상승에 있어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다만 이에 앞서는 주택 가격의 경우, 주택시장이 최근 최악의 수급 불균형 국면을 통과한 만큼 하반기에는 상승 속도가 완화될 듯 하다. 가격이 전년동기비 15%가량 급등하면서 가격 부담이 수요를 압박하고 공급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 구매를 위한 모기지 신청은 전년동기비 20% 가까이 급감했고 3월부터는 부동산에 내놓는 주택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자재 비용이 하락하면서 착공을 미뤘던 주택도 건설을 시작하면 신규 주택의 공급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주택 가격 상승이 주거 물가에 반영되면서 미국의 물가상승률 하방은 점차 높아지겠지만, 가격에 의한 시장의 자정작용이 나타나 주거 물가의 근원에 있는 주택 가격의 추가 상승 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임금-물가 spiral이 나타나지 않고 주택 가격 상승세가 가속화되지 않는다면, 연준은 노동시장 지원에 계속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번 하반기는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이 양적으로 회복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다. 상품 수요가 견조하게 지속되고 서비스 수요는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고 싶어하고 추가 실업수당 지급까지 종료되면 실업자들은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유인이 커진다. 연준이 서둘러 긴축전환 신호를 보내서 수요를 억제하기는 쉽지만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하면 일자리를 다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애초에 평균 물가목표제까지 들고나와 ‘뉴노말’에서 탈피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동안 고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가이던스를 주었던 것과 배치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신뢰도도 크게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연준이 재빠른 테이퍼링과 조기 긴축을 택할 경우의 리스크는 완화정책을 천천히 거둬들였을 때의 리스크보다 더 크며, 이 때문에 연준이 섣불리 현재의 정책 기조를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 시장의 의구심 상존하는 상황이라 위험선호 크게 힘을 받기 어려움
다만 이와 같은 연준의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확인되기 전까지는, 즉 고용이 회복되고 공급병목이 해소돼 물가가 고점을 지나 안정을 찾는 모습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연준 내에서도, 시장에서도 논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불확실성-통화정책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이 정책이 성공할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까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연준이 지금이라도 브레이크를 잡아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가 살아나더라도 단기 내 크게 힘을 받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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