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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동부유와 빅 테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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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동부유와 빅 테크 리스크
  • 박상현 애널리스트 / 하이투자증권
  • 승인 2021.08.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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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현 시점에서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외치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언급하면서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공동부유’는 함께 잘 살자는 말로 부(富)의 분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동부유’에 주목하는 이유는 내년 시진핑 체제 3기, 즉 장기 집권을 앞두고 새로운 국정 운용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정치와 경제 정책에 중요한 방향성을 결정하는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공동부유’ 천명 배경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를 발표한 이후 중국 주요 빅 테크 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면서 ‘공동부유’ 정책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최근 빅 테크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 움직임이 큰 틀에서 ‘공동부유’ 정책 추진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 동안 중국 경제정책 방향 혹은 국정 철학은 마오쩌둥 시대 모두가 잘살자는 공부론 (共富論)에서 출발하여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 추진과 함께 ‘선부론(先富論)’으로 전환된 바 있다. 선부론은 일부가 먼저 부자가 되게 하자는 개념이다. 이번에 시진핑 국가 주석이 들고 나온 ‘공동부유’는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 다소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즉, 공부론은 인구의 90%가 농민이고 빈곤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상황에서 빈곤 탈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면 ‘공동부유’는 빈부격차 확대, 중진국 함정 그리고 미-중 갈등 속에서 소득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동부유’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는 성장 우선주의에서 소득 분배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마윈으로 대변되는 알리바바 등 빅 테크 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가한 것은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을 민간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려는 의도와 함께 성장을 위해 더 이상 빅 테크 기업을 보호하지 않거나 체제를 위협하는 독주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경제 정책의 대전환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공동부유’라는 개념을 시진핑 국가 주석이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내외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우선 정치일정, 즉 내년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집권 3기이자 장기 집권체제를 들어서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부의 배분을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아젠다로 들고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한 현 지도체제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두번째로는 빈부격차 확대라는 성장 우선 주의가 초래한 엄연한 부작용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여건이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힘입어 성장주도 경제 정책은 거대 기업 등장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과 정부 보호 하에 중국 기업이 세계적인 빅 테크 기업들으로 발돋움하는 계가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거대 기업 혹은 빅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내 빈부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더욱이 부동산 가격 급등은 국내와 유사하게 빈부 격차와 사회 불평등 확대로 이어졌다. 빈부격차와 관련하여 14억 인구 중 6억 명이 월 수입 1,000위안(약 18만원) 미만이라는 통계와 더불어 상위 1%가 가진 자산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0.6%로 20년 전의 20.9%에서 크게 뛰었다는 크레디트스위스의 보고서도 있다. 특히, 동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을 기준으로 한 중국의 지니 계수가 2000년 0.599에서 지난해에는0.704로 뛴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니계수는 분배의 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1로 갈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빈부격차 혹은 소득불균등 확대가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즉 체제 유지차원에서 정책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세번째로는 코로나19 후유증 치유 차원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방역 체제를 유지한 까닭에 내수 경기 회복이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지난해 가장 먼저 팬데믹 국면을 맞이했던 중국 경제는 강력한 방역과 부양조치로 가장 먼저 경기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긴축기조와 더불어 강력한 방역체제 유지로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경기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들이 백신 접종 확대와 함께 코로나19와의 동거 경제를 선택한 반면 중국은 동거 경제보다 선제적 방역에 초점을 맞추면서 내수 경기가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내수 경기 위축과 함께 고용시장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로서도 경기 경착륙을 방어하기 위해 내수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 내 몰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 패러다임 전환, 즉 소득 증가와 분배 조정을 통해 소비 등 내수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미중 갈등이다. 미중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 집권 이후에도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더욱이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실적으로 중국입장에서 더 이상 기술패권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과의 전면전에 나설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측면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 틀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공동부유’ 패러다임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 공동부유(共同富裕)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미칠 영향
국내 경제와 중국 경제간 높은 경제 의존도 혹은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 전환은 국내 경제 및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우선, ‘공동부유(共同富裕)’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분배와 내수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내수 경기의 회복 가능성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내수 부양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향후 소비 등 내수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역시 코로나19와의 동거 경제를 선택할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강력한 방역으로 위축되었던 경제 모멘텀이 재차 회복될 여지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빅 테크 등 거대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지속될 수 있음은 부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성장과 미국과의 패권 전쟁을 위한 빅 테크 등 거대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호는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디지털 경제 성장 속도 역시 둔화될 여지가 있고 규제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당분간 유지될 공산이 높다. 특히, 미중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 중국이 궁극적으로 자국 시장을 개방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이전에 디지털 경제 혹은 첨단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틀을 마련한 후 시장을 개방할 수 있음은 여전히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경계감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한 싱크탱크는 빅 테크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중국이 2030년까지 45.7조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규제 리스크와 더불어 당사가 하반기 전망에서 언급한 시진핑 집권 3기를 앞둔 중국 정치 리스크가 ‘공동부유(共同富裕)’로 현실화되고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은 항상 국내 경제, 산업 및 금융시장에 늘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따라서 ‘공동부유(共同富裕)’로 대변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중국 내수 경기 및 구조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겠지만 빅 테크 규제 지속 리스크가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 전환 속도를 지연시킬 개연성은 국내 산업과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수 있다. 향후 ‘공동부유(共同富裕)’로의 전환과 관련된 중국 정부의 정책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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