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동남아시아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Grab. Nasdaq: GRAB)이 현지시간 2일 나스닥에 상장됐다. 우버가 동남아시아에서 철수하자 그랩은 승차공유 시장 승기를 잡았다.

그랩의 나스닥 상장 행사에는 6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도 참석했다. 그랩의 드라이버 파트너인 응우옌 티 루옌(Nguyen Thi Luyen) 씨는 "병든 남편을 돌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 2019년부터 그랩 운전사로 활동했다. 그랩 덕분에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게됐고 더 많은 디지털 기술을 익힐수 있었다. 그랩이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수 있기를 바란다"며 나스닥 상장 소감을 피력했다. 

그랩의 공동 설립자인 앤서니 탄(Anthony Tan) CEO는 나스닥 상장 축하 행사장에서 "오늘 우리의 나스닥 상장이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기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랩 임직원들의 마음과 노력, 고객에게 봉사하는 헌신 등에 감사하고 축하하기 위해서 상장 기념행사를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 우리 커뮤니티와 함께 우리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을 공유합니다"라는 축사를 했다.

# 거래 첫 날 급락 ... 6억6000만명이 창출하는 1,800억 달러 시장 = 그랩은 상장 첫 날인 2일 시초가(13달러) 달러 대비 32.98% 하락한 8.75달러로 첫 날 거래를 마쳤다. 그랩은 알티미터그로스(Altimeter Growth Corp)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됐다. 그랩의 스팩 합병은 지난 30일 주총을 통해 승인됐고 합병기업의 가치는 약 4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랩은 이번 상장을 통해 약 45억 달러(한화 약 5조3,00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이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랩은 동남아시아 8개국 465개 도시에서 500만명 이상의 운전사들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설립 당시에는 차량호출과 승차공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음식배달과 식료품 배달, 소포와 문서 배달까지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결제서비스와 보험, 대출, 투자 등 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음식배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등록된 가맹점은 200만개가 넘는다. 회사측은 온라인 음식배달과 차량호출, 전자결제 등 그랩 서비스가 커버할 수 있는 시장규모는 2025년까지 1,800억 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랩의 모든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작된다. 하나 이상의 서비스를 사용한 그랩 사용자는 지난 2018년 12월 기준 약 33% 수준이었는데 올해 6월에는 55% 늘었다. 앱 애니(App Annie)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동남아시아 지역 모든 스마트폰에 40% 이상에 그랩 앱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 인구는 6억6천여만명에 달한다.

# 3분기 실적 ... '가치는 늘었지만 숫자는 줄었다' = 그랩은 지난 11일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회사측 자료에 따르면, 총상품가치(GMV)가 전년동기 대비 32% 늘어난 40억 달러, 배달 GMV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63% 늘었다고 밝혔다. 총상품가치(GMV. Gross Merchandise Value)는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총 가치를 의미할 뿐 실제 매출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단순 중개도 GMV에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지표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랩은 플랫폼 사용자당 평균 지출이 전년 동기대비 43% 늘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3분기 매출은  1억5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가량 줄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베트남 봉쇄로 이동성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