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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슈로 정리하는 투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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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슈로 정리하는 투자전략
  • 박승영 애널리스트 / 한화투자증권
  • 승인 2022.07.2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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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뭐하나 망하는것 보고싶은 심리

KOSPI가 반등했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부진하다.

작년 평균 27조원에 달했던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7월 들어 12조원 대까지 감소했고, KOSPI200 풋-콜 비율도 1을 상회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아직 조심스럽고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건 경기침체일 것이다. 이를 주식시장에 적용하면 실적 악화와 디레버리징이다. 실적 악화가 디레버리징까지 이어지려면 이익이 감소하는 정도를 넘어 적자로 반전해야 하는데, 기업은 적자로 전환하면 비용과 투자를 급격히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크레딧 리스크는 증가한다. 미국의 하이일드 스프레드와 S&P500지수는 역의 상관관계를 그려왔고 신용 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간에서 국내외 주식시장도 약세를 경험했다.

실제로 기업의 파산은 약세장과 경기침체에 선행했다. 미국의 신용 지표들은 지난 1년 동안 상승했지만 7월 들어서는 하락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22일 5.31%p를 기록했는데, 5일의 6.04%p에서 0.73%p 내렸다. 레버리지론 수익률은 6일 9.3%에서 6.4%로 떨어졌다. 한국의 회사채 스프레드 역시 AA- 등급은 0.91%p로 절대 수준이 낮고 BBB 등급은 작년 8월 5.8%p에서 약 1년 만에 3.2%p로 하락했다.

신용 리스크가 완화된 배경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에서 찾기는 어렵다. 미국 소매 가솔린 가격 하락을 제외하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신호도 아직 찾을 수 없다. 필자는 7월 들어 시작된 기업들의 2분기 실적과 기업들의 방향에서 찾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 모델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기업들이 비용을 줄여서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 망하진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

# 넷플릭스 2분기 실적과 회사채 금리 

COVID-19가 확산된 이후 언택트를 사업 모델로 하는 성장주들이 부각됐고 실적의 초점은 매출 성장이었다. 한 예로 넷플릭스는 팬데믹 이전에도 매출 성장률이 대략 30%였는데, COVID-19로 다른 기업들의 매출이 역성장하자 성장성이 더욱 부각됐다. 넷플릭스의 매출 성장률은 작년 4분기 16%에서 올해 1분기 9.8%로 떨어졌고 2분기에는 8.6%로 더 하락했지만 투자를 줄여 잉여현금흐름을 플러스로 유지했다. 넷플릭스의 회사채 수익률은 2분기 실적이 발표된 19일 4.42%에서 지난주 말 3.75%로 0.67%p나 하락했다. 넷플릭스의 신용등급은 무디스가 Ba1을 부여하고 있고 S&P와 피치는 각각BBB-를 매기고 있다.

# 현금흐름 방향과 회사채
: 수익률은 동일 

크루즈 기업 카니발과 온라인 중고차 판매기업 카바나는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의 대표격인데, 실적의 흐름은 넷플릭스와 유사하다. 카니발의 매출은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을 회복하면서 잉여현금흐름도 작년 2분기 -17.4억달러에서 -4.8억달러로 개선됐다. 카바나는 미국의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폭을 줄이고 있다. 한 회사는 팬데믹의 피해를 입었고 다른 회사는 수혜를 입었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회사채 금리는 고점을 형성하고 떨어지고 있다. 이는 두 기업의 현금흐름이 앞으로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 피해 기업에 유럽 각국 정부 구제금융 투입 

프랑스의 유틸리티 기업 EDF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이 회사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Ba1, S&P 기준 B+이 매겨져 있다. 유럽의 가스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 회사의 실적은 대폭 악화됐다. 반기마다 실적을 공시하는 이 회사의 2019년 상반기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EDF의 회사채 수익률은 올해 들어 5.5%에서 6.5%까지 1%p 상승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EDF의 민간 보유지분 15%를 매입해 국유화하기로 한 이후 안정되고 있다. 주식 매입 가격은 주당 12유로다. 금융위기와 사태의 심각성은 다르지만 미국 정부가 은행들에 구제금융을 투입한 뒤 정상화되면 재매각했던 사례가 있었다. 이번 러시아 사태로 피해를 입은 EDF, 독일의 가스 수입업체 유니퍼에 각각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 회사들이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을 것이다.

▲ 레버리지가 없다

# 한국 기업, 비용 못 줄이지만 레버리지도 없어

한국 기업들은 경기가 둔화돼도 비용을 잘 못 줄인다.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지보수 관리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 영업 레버리지가 이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그래서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때엔 이익이 급증하지만 조금만 둔화돼도 이익의 레벨이 낮아진다.

기업이 경기 사이클을 오판하면 하락 사이클에서 해당 업종이나 기업의 이익이 급감하고 디레버리징에 들어가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2010년 이후로는 2011년, 2018년이 대표적이다. 2020~21년엔 좀 달랐다. 호황이 유형자산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산업과 비상장 기업들에 집중되면서 상장 기업들의 자산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년 동안 더 하락했다. 단 재고의 비중은 높아졌는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가전 등 일부 산업에서 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재고는 3개월에서 6개월이면 해소될 것이다. 대신 현금의 비중은 높아졌다. KOSPI 제조업체들의 현금은 200조원에 육박하고 이들의 시가총액은 1,200조원 수준으로 현금대비 시총 비율이 6배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2011년과 2018년 각각 시클리컬, 수주 기업들과 반도체 기업들이 레버리지를 크게 늘린 이후 업황이 둔화되면서 이익이 급감한 것과는 대비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민감도를 낮춰 놓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KOSPI의 rock bottom은 2,250p로 추정하며 7월 초 기록한 저점은 KOSPI의 중기 바닥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식시장의 반등은 채권시장보다 늦겠지만 시계가 긴 투자자라면 지금 주식을 매수해도 나쁠 것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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