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2차전지 소재기업 CIS케미칼(씨아이에스케미칼)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중단했다.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전망과 투심이 모두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이하 한투PE) 등 수백억원을 발행사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 자금회수도 요원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IS케미칼은 이달 27일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앞서 올 5월 31일 예심을 청구한지 약 4개월 만에 스스로 IPO를 중단시켰다.
업계에선 캐즘 영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본다. CIS케미칼은 2012년 설립된 2차전지 소재기업이다. 사업초기 아이템은 고순도 알루미나 소재였는데 국산화해 일본에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엔 2차전지 양극재 도핑 소재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부터는 2처전지 소재사업에 직접 진출했다. 작년 12월 전라남도 광양공장에서 니켈 수산화 침전물(MHP, Mixed Hydroxide Precipitate)을 국내서 처음으로 상업생산하는데 성공했다. MHP는 양극재 전구체의 핵심 원료인 황산니켈 제조 시 사용되는 중간재다.
특히 특별한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가 있다. 양극재 밸류체인을 넘어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까지 붙는 사업이었다. 기존 MHP 제조사들이 천연광물에서 MHP를 추출했던 것과 달리 CIS케미칼은 폐배터리 소재에서 MHP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자원순환에도 일조하는 사업모델이었다.
덕분에 내로라하는 FI들이 다수 투자자로 포진해 있다. 2021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96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대다수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식 신주였고, 현재는 거의 보통주로 전환됐다.
이에 지난해 말 주요 FI로 △글루온채권투자일임(지분율 11%) △NH투자증권(지분율 6%) △오비트4호신기술투자조합(4%) △애스턴-오비트1호신기술(3%) △KB증권(3%) △신한금융투자(2%) △엠엠에스소재부품16호(1%)가 있다. KB증권은 CIS케미칼 대표주관사이기도 하다. 최대주주인 이성오 대표이사 지분율은 23%에 그친다.
올해도 거액 유치가 이어졌었다. 올 3월 프리IPO를 진행했는데 한투PE가 100억원, MMS투자조합이 23억원을 출자했다. 한투PE는 지난해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고 있는 기업구조혁신펀드로부터 출자 받은 자금으로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는데, CIS케미칼이 해당펀드의 첫 투자대상이었다.
결과적으로 CIS케미칼 누적투자금은 2021년 이후로 약 32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IPO 철회로 묶이게 된 자금이기도 하다.
CIS케미칼 사업(전구체용 소재)은 캐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에 있다. 밸류체인 전반이 역성장하고 있다. 세계적 배터리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매출(12조2905억원)이 전년 동기(17조5206억원)보다 29.8% 줄었고, 영업이익(3526억원)은 전년 동기(1조937억원) 대비 67.7% 감소했다.
전구체 업체인 에코프로머티도 올 상반기 매출(1458억원)이 전년 동기(5241억원)보다 44.8% 줄었다. 올 상반기엔 영업손실 71억원도 기록했다. 전년 동기(155억원)와 비교해 적자전환한 수치다.
CIS케미칼 역시 기대했던 실적이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는 매출 147억원에 영업손실 18억원을 기록했다. CIS케미칼은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활용해 미래실적 기반으로 밸류를 구해 공모가를 산출할 예정이었다. 현재 분위기로는 미래 예상실적에 대해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캐즘으로 피어그룹에 대한 투심이 악화한 것도 IPO 철회배경으로 보인다. 피어그룹 후보군으로 볼 수 있는 에코프로머티는 올 1월 24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최근엔 13만원대로 하락했다. 피어그룹 주가는 실적과 함께 발행사 밸류를 형성하는 요인이다.
IPO철회배경에 대해 CIS케미칼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