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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상반기 IPO시장 리뷰①] 악전고투 그러나 비빌 언덕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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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상반기 IPO시장 리뷰①] 악전고투 그러나 비빌 언덕은 있었다
  • 김효진 기자
  • 승인 2022.07.27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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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변수 악화에 시장 침체…대어급 IPO 잇따라 상장 철회
프리IPO보다 밸류에이션 낮추기도…바이오 섹터 부진
기술력∙성장성∙실적 갖춘 ‘소부장’, 존재감 부각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은 공모규모만 놓고 보면 13.6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그러나 이는 단군 이래 최대 IPO이벤트였던 LG에너지솔루션이 가져온 현상일 뿐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및 곡물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 경기침체 우려 등 갖가지 매크로 변수들이 시장을 짓누르면서 시장 전반적으로는 악전고투의 상황이 전개됐다. 다만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주축으로 일부 기업들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비빌 언덕의 역할을 했다.

2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는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30곳이 IPO를 마무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게 코스피에 올랐고, 나머지는 코스닥에 자리를 잡았다.

상반기에는 녹록치 않은 시장환경이 전개되면서 대어급 IPO의 상장이 잇따라 좌절됐다. 1분기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2분기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이 줄지어 상장을 철회했다. 주로 구주매출이나 고평가 논란 등이 발목을 잡았다. 상반기 총 6곳이 수요예측 후 상장을 철회했으나 이 중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는 공모규모를 축소하고 밸류에이션을 낮춘 덕분에 상장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잇따른 상장철회는 가뜩이나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IPO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후발주자들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가늠자 역할을 한 측면도 있었다. 최근 IPO예정 기업들은 프리IPO 대비 밸류에이션을 낮추고 시장 친화적인 공모구조를 바탕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재무적 투자자들과 잡음도 심심치 않게 들리지만, 운영자금이 필요하고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시점인만큼 일단 상장사 지위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면광원 레이저 혁신기술로 반도체 리플로우 공정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레이저쎌은 지난해 1월 프리IPO에서 1940억원가량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 코스닥 상장시에는 밴드 최상단 기준 1180억원으로 목표 밸류를 대폭 낮췄다. 결과적으로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 가격을 초과해 결정되면서 1348억원의 몸값을 인정받게 됐지만 프리IPO보다는 몸값이 낮았다. 보로노이의 경우에는 지난해 8월 프리 IPO에서 기업가치 약 7000억원으로 책정해 투자를 받았다. 이후 올해 3월 6667억~8,667억원의 상장 밸류로 공모를 추진했다가 한차례 상장을 철회했고, 목표 밸류에이션을 5,055억~5,813억원으로 다시 낮춰 공모를 추진해 6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 AI기업 루닛은 지난해 11월 720억원 규모의 프리 IPO를 완료했는데, 이때 책정된 기업가치는 5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7월 코스닥 공모에는 4623억~5149억원을 제시해 밴드 하단 기준으로는 기대 몸값을 낮춰 잡았다. 8월 공모를 앞둔 모빌리티 유니콘 쏘카도 지난 3월 롯데렌탈을 전략적 투자자로 맞이했는데, 당시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희망공모가 밴드 기준 시가총액 1조1436억~1조5136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에 도전했다. 밴드 하단 기준으로는 지난 3월보다 몸값이 낮다.

상반기에는 바이오섹터의 공모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올해에는 애드바이오텍, 바이오에프디엔씨, 노을, 보로노이 단 4곳이 증시에 올랐으며, 4개 기업의 공모규모는 112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를 필두로 10여 곳의 범 바이오기업이 상장에 성공해 공모규모가 2.4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상반기 바이오기업들은 공모결과도 좋지 않았다. 이들 기업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59대 1로 상반기 전체 IPO기업의 평균치(942대 1)와 격차가 매우 컸다. 이에 따라 밴드 중상단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한 바이오에프디엔씨를 제외하고 3곳은 희망범위 하단 이하의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더스탁에 “먼저 상장에 성공한 바이오 기업들이 대체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현재 IPO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에 맞춰 수익성을 갖춘 기업들 위주로 안전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바이오섹터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우울모드였지만 희망은 있었다. 소부장이 숨통을 틔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 성장성을 토대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투심은 한풀 꺾였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추고 때에 따라서는 수익성까지 확보한 소부장 기업들이 IPO시장의 주도주로 부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이지트로닉스, 아셈스, 퓨런티어, 풍원정밀, 비씨엔씨, 유일로보틱스, 세아메카닉스, 지투파워, 가온칩스, 레이저쎌 등 대부분의 소부장 기업들이 수요예측 경쟁률 1000대 1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들은 일반투자자들에게도 눈도장을 받으며 청약도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반도체나 2차전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전방시장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향후 가파른 실적성장이 전망된다는 이유에서 투심이 몰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이 미래 예상 이익뿐만 아니라 이미 탄탄한 실적까지 가시적으로 이뤄내 투자 매력도를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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