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7:55 (토)
뉴스콘텐츠 전송 채널
아직 디레버리징은 아니다.
상태바
아직 디레버리징은 아니다.
  • 임혜윤 애널리스트 / 한화투자증권
  • 승인 2022.03.22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ixabay
ⓒpixabay

 

# 국내 소비, 기대와 우려가 공존

올해 국내 소비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우선 기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소비 개선을 반영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근접했기 때문에 조만간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더딘 소득 회복과 늘어난 가계부채는 부담이다. 지난해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은 증가 했지만,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했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소득이 감소했고, 근로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구매력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고용 회복도 더디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소매,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 고용이 부진하고, 수요 회복이 녹록지 않아 자영업자 및 저임금 노동자 중심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용 회복이 소득 증가 및 구매력 개선을 주도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소득 및 구매력 개선이 쉽지 않은 여건이라면, 가계 소비가 탄력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 대신 부문별로 상이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따라서 본 자료에서는 가계부채 부담과 디레버리징 가능성을 점검하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부문을 찾고자 한다.

# 가계부실 현실화 가능성 점검

- 커지는 가계부채 부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글로벌 중앙은행이 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데다,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가계부채는 지난 해 7.7% 증가하면서 1,800조원을 넘어섰다.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소비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의 득보다 실이 커지는 구간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가계부채는 적정수준을 넘어섰을까? 가계부채 적정수준은 단순히 총량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해당 국가가 처한 거시경제 여건(재정건전성, 복지수준 등)과 미시적 요인(취약차주 비중, 차입자의 상환여력 등)에 따라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DP 및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2020년 기준)은 각각 89%, 112%로 OECD 국가 중에서 높은 편이다[그림8]. 해당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주로 북유럽 국가(덴마크, 노르웨이)인데, 이들은 복지지출 규모가 커서 가계부채 부작용이 나타나는 임계점도 높은 것 같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GDP 대비 비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가계부실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대출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계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 단기간 내 가계가 디레버리징에 나설 가능성은 낮음

레이 달리오(Ray Dalio)에 따르면, 경제주체들은 부채부담(debt burden)이 정점에 도달하면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축소)에 나서고, 이때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 금융시스템 부실이 실물 경기로 전이)가 발생한다. 그는 시스템 리스크 발생 시, 금리 인하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활용한 대응이 어려워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국내 가계부채 규모 확대가 디레버리징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단기간 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디레버리징을 야기할 수 있는 트리거로는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제약 및 채무 불이행 증가, 예기치 못한 대외 충격에 따른 급격한 경기 위축, 자산가격 하락 가속화 등을 들 수있다. 이를 국내 경기에 적용하면, 한은 금리 인상 가속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의 확산,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폭 확대로 구체화할 수 있는데, 올해 이들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자영업자의 재정 건전성 약화는 잠재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자영업자 비중(2019년)은 24.6%로 주요국 대비 높아 자영업자 채무상환 여력 약화 시 경기에 미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또한, 자영업자는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및 금융부채 비중도 높다.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가 디레버리징에 나서야 할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 소비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 내구재보다는 준내구재

가계가 디레버리징에 나서지 않는다면,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서비스보다 상품, 그 중에서도 내구재가 소비 회복을 주도했는데, 올해는 패턴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내구재 소비보다 준내구재 소비 회복세가 강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필수 소비재와 비내구재 소비가 늘어나고, 비필수 소비재와 내구재 소비 회복세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 물가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내구재 이외 상품 소비 회복을 지지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임박한 가운데, 내구재 수요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는 점도 준내구재 소비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자동차 및 가전 소비는 코로나19 당시 단기적으로 감소한 후 재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의류 및 신발/가방 소비는 이제서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따라서 상품 소비는 내구재 이외 품목의 개선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며,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뎠던 의류, 신발, 가방 등의 소비 증가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 서비스업 회복 패턴은?

올해는 서비스업 회복도 기대할 만하다. 코로나19 확산세 정점 통과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 이전 일상생활 수준까지 완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요국 방역 완화 또한 우호적이다. 지난 해 주요국 방역이 경제활동 차질 최소화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해지는 시기라서 수요 충족에 제약이 있었다. 반면,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 약화를 근거로 방역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덜할 것이다. 

서비스업 회복은 어떠한 패턴을 보일까? Pent-up demand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방역강화로 수요 충족이 제한되었을수록, 그리고 수요 위축 폭이 컸을수록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요인 때문에 수요 충족이 어려웠다는 것은 제약 완화와 더불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수요 위축 폭이 컸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반등 여력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오락/문화, 여행과 같은 여가활동 관련 부문이 위의 조건에 부합한다. 오락/문화와 같은 경우, 2020년 이후 지출이 큰 폭 감소하면서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1.5%p 이상 줄었다. 해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의 10% 수준으로 급감했다(2017~19년: 233만명→2020년 이후: 22.6만명). 따라서 이들 업종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전망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계부채 부담 가중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을 감안하면, 소비 회복 패턴은 품목/부문별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수요 충족에 제약이 적어 회복세가 강했던 내구재보다는 준내구재가, 그리고 수요가 급감했던 여가활동관련 부문이 소비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